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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화요일) 정국현의 아침斷想

정국현 歷史小說

불국토佛國土에 핀 예수

1. 구도자求道者의 길

21.황무지에 뜬 새벽별 하나


점개선사와 대성은 남산南山 금오봉金鰲峰(468m)에 서서 부드러운 복숭아빛(도색桃色)물결이 서서히 번지는 왕경의 여명黎明(희미하게 날이 밝아 오는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저기가 남천이고, 저 멀리 보이는 하천이 북천, 그사이 구릉에 위치한 높은 전각들이 대궁인 왕궁(월성)... 그리고 왕궁과 황룡사를 통과하는 남북대로를 중심으로 좌경 左京 과 동경 東京으로 나누어지고 있음이야. 그리고...”
“....옳지! 저기 저곳은 사량궁, 남문에서 대궁 사이 토장 성벽 둘러 친 곳이 관부의 관아 건물들... 이쪽은 동궁, 저기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안압지) 사이 보이는 건물이 새로 지은 북궁... 경중京中에는 기와집이 17만 8936호, 1360방,55리, 35개의 금입택이 있음이야.”

점개선사는 대성에게 왕경 이곳저곳을 일일이 가리키며 왕경의 지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왕실사람들과 금입택에서 살아가는 진골 귀족들의 소소한 일상들 까지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 매화향자고한래梅花香自苦寒來(매화는추위의 고통을 거쳐야 향기를 피운다)라.....매화향자고한래라.....”

점개선사는 꽃을 시샘하는 차가운 눈발을 견디며 홀로 핀 매화인 설중매雪中梅처럼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귀족사회로 당당히 떠나가는 대성을 대견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 물고 물리는 권모술수權謀術數가 능한 진지왕계(무열왕 김춘추)와 금관가야계(김유신)가 시시콜콜한 일까지 계속 충돌하고 있는 작금昨今의 진골사회에서, 헤쳐 나갈 마음 여린 대성이가 상처 받을까봐 안쓰럽기까지 했다.

“매사 서두르지 말고 아버지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끝까지 매진邁進(우보천리牛步千里)해야 하느니라.”
“ 진골들의 당동벌이黨同伐異(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듯이 같은 무리끼리 서로 돕고 그렇지 않는 무리끼리는 배척함)에 휩싸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대성을 보면서 자칫 잔소리가 될 법한 이 모든 말들을 삼키며 점개선사는 함소含笑(웃는 빛을 띔)로서 잔소리를 대신해서 웃음으로 말했다.

붉은 해는 어느 듯 동악東嶽 토함산吐含山으로부터 나와 남산 고위봉高位峰(494.6m)을 지나 용장골 골짜기로 소요逍遙(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다)하고 있었다.

남산南山은 서라벌의 진산鎭山이다. 그러나 남산이란 산은 서라벌에 없다. 북쪽 금오산金鰲山과 남쪽 고위산高位山과 그렇게 나뉘는 두 산 사이에 있는 깊은 골짜기 용장골까지 모두 합쳐 남산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8km, 동서로4 km인 크기인 남산은 한 마리 거북이 서라벌 깊숙이 엎드린 형상이며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내린 타원형이다. 또한 삼국유사에는 서라벌을 성산인 남산을 중심으로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이 펼쳐져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절이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있고 탑이 기러기 떼처럼 줄지어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신라인들에게는 서라벌 전체는 현실 세계의 불국토이며 그 중심에 서 있는 남산은 하늘과 통하는 이상세계의 불국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경과 남산을 잇는 다리(그후 760년, 월정교가 세워짐)가 남천위에 놓여 있었는데 이는 그 다리를 통해 현실과 이상 세계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점개선사는 대성과 함께 산을 내려와 사형 원효대사가 요석궁으로 가기위해 건넜던 월성 남쪽을 감싸고 흐르는 남천 느릅나무 다리를 건너 왕경으로 길을 잡았다.
그리고 왕경 관도를 따라 황룡사 서남쪽 동궁과 월지(현 안압지)인근 귀족들의 집성촌 입구에 있는 김문량의 집 앞에 이르자 점개선사는 대성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 집이 이찬 김문량 어른 댁이자 오늘부터는 대성의 집이기도 함이야!”

대성은 솟을 대문 기와집을 올려다보았다.
인근에서는 제일 검소한 그러면서도 담백한 주인의 기품이 묻어나는 고택古宅이었다.

“우리 삶이 백구지과극白駒之過隙(인생의 빠르기가 문틈으로 흰말이 달려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 )이라.
대성은 늘 경이직내敬以直內(공경으로서 마음을 잡음)로서 존장들을 대하고 앞으로 매사 갈불음 도천수 渴不飮 盜泉水(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부정한 일은 하지 않음)란 이 여섯 글자를 가슴속에 깊이 새기어야 할 것이야 ."
"大安대안! ”

“ 각골명심刻骨銘心하겠나이다.”
대성은 고개 숙여 합장하며 점개선사의 말을 받아 가슴에 새겼다.

“이리 오너라!”

점개선사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대문의 빗장 여는 소리가 나더니 하인들이 달려 나와 읍揖( 인사드리다. 가벼운 예법으로 공수자세로 허리 굽혀 인사하는 예법)을 했다.

“대안!”
“선사님! 오셨사옵나이까?”

하인들은 점개선사 곁에 서 있는 청년을 보는 순간 이찬 어른의 독자- 대성 공자公子임을 바로 알아보았다.
큰 덩치에 넓은 어깨, 평평한 정수리, 얇은 머리카락, 하얀
피부, 찢어진 검은 눈동자, 뾰족한 코에 얇은 입술까지......
이찬 김문량을 그대로 닮은 대성 공자였다.

“공자님! 이렇게 무탈하게 집으로 돌아오심에 감축感祝(경사스러운 일에 함께 감사하고 축하한다) 드리옵니다.”
하인들이 일제히 읍揖을 했다.

대성이 집으로 돌아 왔다는 소식에 온 집안이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고 하인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찬 김문량도 벅차오르는 감정을 조절할 수가 없어 사랑방을 왔다 갔다 하며 안절부절 했다. 마치 그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점개선사는 대성을 데리고 사랑대청을 지나 사랑방으로 먼저 건너갔다.

김문량은 대성을 보자마자 순간 모든 체통을 내려놓고 뛰어나와 얼싸안았다. 그리고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북받쳐 올라 말을 잊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만 ‘왈칵’ 쏟아 내었다.

“ 그간...아비를 잘못만나 고생했음이야! 고생.... 했음이...야.”

사랑채 이곳저곳에서도 대성부자를 따라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대성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안채에서도 송희부인과 경조부인이 중문간채를 지나 사랑으로 달려 나왔다.

점개선사는 오매불망寤寐不忘(자나깨나 잊지 못하다)서로 그리워만하다가 극적인 상봉을 한 김문량부자를 바라보며 ‘광풍제월光風霽月(비온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속에 담긴 따뜻한 자정慈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그랬다.
천존天尊께서 설設하되

“古时(或作从远方)耶和华向以色列(原文作我)显现,说,我以永远的爱爱你,因此我以慈爱吸引你。
나 여호와가 옛적에 이스라엘에게 나타나 이르기를 ㅇ내가 無窮(무궁)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는故(고)로 ㅈ仁慈(인자)함으로 ㅊ너를 引導(인도)하였다 하였노라(렘 31:3)”

- 1부 終 -

父母恩重經

懷胎守護恩
臨産受苦恩
生子忘憂恩
因苦吐甘恩
廻乾就濕恩
乳哺養育恩
洗滌不淨恩
遠行憶念恩
爲造惡業恩
究竟憐愍恩

회태수호은
임산수고은
생자망우은
인고토감은
회건취습은
유포양육은
세척부정은
원행억념은
위조악업은
구경연민은

나를 잉태하시고 지켜주신 은혜
해산에 임하여 출산의 고총을 감내한 은혜
자식을 낳았다고 근심을 잊어버리는 은혜
입에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이면 뱉어서 먹이신 은혜
마른자리에 아기를 눕히고 진자리에 누우신 은혜
젖 먹여 길러주신 은혜
깨끗하지 못한 것을 씻어 주신 은혜
자식이 멀리가면 생각하고 염려하시는 은혜
자식을 위해 나쁜 일까지 서슴지 않는 은혜
끝까지 자식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시는 은혜


◎ 알려드립니다◎

정국현 역사소설歷史小說, 불국토佛國土에 핀 예수 1부 ‘구도자求道者의 길’은 2017년 12월19일(화요일)자로 막幕을 내렸습니다.
제2부 ‘바람결의 노래’는 2018년 1월8일(월요일)부터 연재할 예정입니다.

독자제현讀者諸賢의 아낌없는 질정叱正을 바랍니다.

- 오는 2018년 戊戌年 새해에는 더욱 安寧하시고 주님의 恩寵 가운데 거하시는 福되고 아름다운 한해가 되도록 祈禱 드리겠습니다. 내내 幸福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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