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수요일) 정국현의 아침斷想
정국현 歷史小說
불국토佛國土에 핀 예수
1. 구도자求道者의 길
⑲ 황무지에 뜬 새벽별 하나
“ ‘시是와 비非의 가름은 중간에 있다’네. 다시 말하면 옳고 그름의 판단은 시是에서도 아니요, 비非에서도 아닌 중간에 서서 봐야 정확한 것이라네... 마치 내가 모량부인과 사량부인 사이에 서서 ‘미륵상생경’이니 ‘미륵하생경’이니를 따지지 않고 모두를 아우르는 ‘미륵경’이라 말하는 것처럼 말일세. 정리해 보자면 모든 것을 다 ‘중中’에서 출발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 되네.”
점개는 ‘중中’을 풀어 설하기 시작했다.
“ 갑골문자에 보면 중-자는 깃발이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상하, 전후, 좌우로 나부끼는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네. 그러나 깃발이 주체가 아니고 흔들림이 없는 깃대가 주체이고 기준이 되는 걸세. 해서 장애가 있을 때 무시하고 밀고 나가는것을 광狂이라하고 장애를 무서워해서 아예 출발도 하지 않는 것을 시猜라고 한다네. 그리고 그사이 가운데 중이 지止인 것이고... 적시에 잘 그칠 수가 있느냐 하는 이 문제에는 반드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네.”
점개는 그러면서 하나의 제안提案을 내 놓았다.
“지금 모량부에서는 이벌찬 죽지님이 소속된 사량부와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네. 모량부를 잘 알고 모량부인들을 대변해서 사량부의 왕족인 진골들을 설득할 인물 말일세...”
“......”
“ 이렇게 상황이 악화가 된 지금으로서는 친분이 있는 진골들과의 연결고리가 다 끊어지고 말아 불가하오.”
점개의 의견 제시에 종오鐘烏장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 상께 모량부인 모두가 돌아가며 매일 상소上訴를 올려 그 부당함을 아뢰는 길 밖에는 방책이 없는 듯하오.”
그러자 젊은 관원출신 모량부인들은 여기저기서 종오장자의 제안에 따르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난상공론爛商公論(충분히 의견을 나누어 의논함)의 시간이
일정一正(한 시간)정도 흘러갔었다.
점개는 토론하는 내용을 모두 귀담아 듣고는 도녕道寧존장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 존장尊長께서도 종오장자와 같은 생각이신지요?”
“ 중中이라...가운데 중中...”
도녕존장은 중얼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도녕존장!”
점개가 다시 도녕을 불렀다.
“ ...말씀하소서....”
그제야 도녕은 정신이 돌아온 듯 말을 받았다.
“ 중시와 집사부 이찬(신라관등2위)....”
점개의 말에 도녕은 무릎을 ‘탁’치며
“아!......그렇사옵니다... 이제야 가운데 중中을 찾았사옵니다. 그 중中은 바로 김문량 이찬 어른이 있었사옵니다.”
그랬다. 김문량은 대성의 부친父親이며 진골....집사부와 중시의 수장...매일 왕명을 출납하고 왕의 명령을 대변하는 최고의 실세였기 때문이었다.
“ 어떠신가? 한번 해볼 만하지 않는가?”
점개는 자애로운 웃음을 머금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눈과 입이 모두 웃고 있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익선 아간의 송영구구蠅營狗苟 (파리처럼 날고 개처럼 구차하게 구하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 악착스럽게 덤비거나 수단을 가리지 않고 비루하게 명리를 추구하는 파렴치한 인간을 가리킨다.)한 행동 하나로 인하여 모량부를 전체를 사지로 내 몬 사건을 사량부출신 진골이지만 모량리에서 이웃들의 사랑을 받고 성장한 대성을 통해 해결해 보고자 하는 점개의 바램이 듬뿍 묻어나는 웃음이었다.
(4-5새의 등잔이 하나의 둥근 원통에 연결되어 기름을 한곳에 넣으면 여러 개 등잔에서 일정한 유량을 유지하면서 불을 밝히게 고안됨)의 머구나무씨 기름 타는 냄새가 온 방안을 흔들고 불빛에 일렁이는 여러 개의 그림자들이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해亥시(오후 9시-11시)가 훌쩍 넘어 선 시각이리라.
도녕은 사랑과 뜰에 모인 모량부 전직관료들에게 전권을 위임 받아 점개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그것만이 모량부인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사건을 최소화해서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과대축소過大縮小임을......
만일 성과 없을 시에는 전 모량부인들이 왕실과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상소上訴를 올려 연좌제를 사해 달라고 압력을 행사하기로 결의한 후 1차 회의를 마무리 하고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점개선사와 도녕존장, 복안과 종오장자는 아래채에 머물고 있는 대성을 불렀다.
“부지런함은 생명의 길이요, 게으른 죽음의 길이다. 부지런한 사람은 죽지 않지만 게으른 사람은 죽는 것과 마찬가지다”
계위감로도 방일위사경불탐즉불사 실도위자상
戒爲甘露道 放逸爲死徑 不貪則不死 失道爲自喪
또 경에 이르기를,
“게으른 자는 마음으로 원하여도 얻지 못하나 부지런한자의 마음은 풍족함을 얻느니라”
懒惰人羡慕,却无所得。殷勤人必得丰裕。
아래채에서는 대성의 낭랑琅琅(옥이 서로 부딪혀 울리는 소리가 맑다)한 글 읽는 소리가 세어 나왔다.
“ 대성님!.....선사님께서 찾으시옵니다.”
대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랑으로 건너갔다.
높바람(북서풍)이 산바람을 타고 집안을 밝혀둔 횃불들을 흔들며 지나갔다. 마당에 피워둔 장작불의 불씨도 산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렸다.
마치 모량부의 초미지급焦眉之急(눈썹이 타들어갈 정도로 미우 위급한 상황)한 현실을 알리는 듯했다.
(계속)
동심초
설도(770-830)
풍화일장노
가기유묘묘
불결동심인
공결동심초
同心草
薛濤 (770-830)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꽃잎은 바람에 시들어 가고
만날 날은 아득히 멀어져가네
마음과 마음은 맺지 못하고
헛되이 풀잎만 맺었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