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06(수요일) 정국현의 아침斷想
정국현 歷史小說
불국토佛國土에 핀 예수
1. 구도자求道者의 길
⑮ 황무지에 뜬 새벽별 하나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하고 이웃들에게 베풀고 나누기를 좋아하는 경조 모자母子의 이야기가 모량리 마을사람들에게 삽시간霎時間에 전해졌다.
마을 사람들은 일손을 놓고 모두 복안장자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항상 운상기품雲上氣稟(속됨을 벗어난 기질과 성품)한 경조와 예의바른 그의 아들 대성이를 보고 사람들은 ‘몰락한 백제 왕족의 후예’이라는 둥 ‘김흠돌의 난 때 몰락한 귀족’이라는 둥 설왕설래說往說來했던 그동안 가담항설街談巷說(길거리나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뜬소문)처럼 떠돈 소문이 사실이라며 사람들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축복해 주었다.
10여 년 전, 복안장자가 관직에 나아갈 때 점개가 모량리 사람들을 복안장자 집으로 모이게 하고는 ‘베풂의 실천’이라는 법문을 한 적이 있었다.
대성은 이날 법문을 듣고 어린 가슴속에 큰 씨앗을 하나 품었다.
그 씨앗은 바로 남모르게 덕행을 쌓은 사람은 뒤에서 반듯이 보답을 받는다는 ‘음덕양보陰德陽報’였다.
그날,
점개는 대청마루에 오르더니 용안목(감태나무중 벼락을 맞아 검게 탄자국이 용의 눈처럼 고르게 터져 나와 있어 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주장자 한번 ‘쾅’하고 내리치더니 이렇게 오묘奧妙한 말로 설법했다.
“ 경에 이르기를 ‘네 손이 선善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은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 네게 있거든 이웃에게 이르기를 갔다 다시 오라 내일 주겠노라 하지 말며 네 이웃이 네 곁에서 평안平安히 살거든 그를 해하려고 꾀하지 말며 사람이 네게 악惡을 행하지 아니하였거든 까닭 없이 더불어 다투지 말며 포악暴惡한자를 부러워하지 말며 그의 어떤 행위行爲도 따르지 말라.’ 말씀했다.”
“ 또한 이 말씀은 ‘여인불구감덕與人不求感德하라 무원변시덕無怨便是德이라’라는 말과도 관통하는데 여기서 여인이란 남에게 주다 곧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다는 의미이고 구감덕이란 자신이 베푼 은혜에 상대가 감격해 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니 불구감덕이란 결국 자기과시와 대가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서는 아니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또한 무원이란 원망이 없는 것 즉 자신의 은덕이 상대에게 순수하게 베풀어진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해서, 우리가 한 동리에 이렇게 모여서 살면서 무엇보다도 기본이 되는 것은 각자 자신들의 부끄러움이 없는 행동이 먼저 수반 되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 다음에는 반드시 남을 배려하고 서로 감싸고 베풀 수 있는 마음과 행동이 따라야하는 것이다. 그리해야만 천존(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음덕양보陰德陽報 하신다.”
이렇게 말하고는 점개는 ‘쾅’하고 다시 주장자를 내리쳤다.
“ 선한 일을 행하고, 누구에게나 해를 끼치지 않고 자비로 이웃과도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면 그 길이 바로 천존께서 기뻐하시는 바른 길인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남을 도와주며 바르게 살았는데도 어려운 일들을 당해서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하는데 이는 신앙의 첫 단계를 막 넘어선 두 번째 단계에 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는 단계를 넘어 선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는 단계인 것이다. 여기서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이를 넘어서야만 진정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가 되는 것이다. 산은 산이 되고 물은 물이 되는 것은 이 길은 평범하면서도 어려운 우리들의 성숙한 믿음의 여정인 것이다.
우리 삶에 비바람이 불고 폭풍이 몰아쳐도 천존께서 우리의 모든 선악을 초월해서 역사를 주관하고 계시다는 것을 간절히 믿고 정직하고 겸손한 길, 선하고 의로운 길, 악을 행하지 않는 길로 만 나아가야만 하겠다.”
“대안!”
그랬다 .
점개의 법문이 그날 이후 대성과 함께 자라나 지금은 모량리에 나누고 베푸는 대성으로 소문난 복덩이가 되었다.
하루 종일 복안장자의 집은 시끌벅적 동리사람들의 흥겨운 춤사위와 노랫소리가 삼현삼죽三絃三竹(가야금, 거문고, 향비파. 대금, 중금, 소금)에 실려 정운촌淨雲村(모량리)을 들썩이었다.
해 그림자가 길게 동쪽 들판에 누울 시각,
송희부인과 경조는 화려하게 휘장을 두르고 지붕을 천으로 덮은 두 대의 거기에 나누어 타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월성 쪽으로 떠나갔다.
대성은 두 어머니를 보내고 그동안 자신을 돌보아 준 복안장자부부와 함께 일하던 가솔들, 그리고 동리 사람들에게도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계속)
동산서당아회 2
望齊 鄭禧燮
화패군선향소산
종금생색초로간
성비태만영빈석
공약하비괴주안
영실동방추기냉
면구사저석양한
사연막한여의재
단원상분각망환
東山書堂雅會 2
華旆群仙向小山
從今生色草盧間
誠菲太晩迎賓席
供弱何非愧主顔
詠蟋洞房秋氣冷
眠鷗沙渚夕陽閑
斯筵莫恨餘依在
但願相分却忘還
신선같은
선비들의 무리가
동산으로 향하니
깃발은 아름답게
펄럭이도다
이제부터
농막집 사잇길로
생색을 내고자
늦게나마
영빈석에 앉으니
걱정이 적지 않다
시제에
재주 없고 모자라니
공술하기도
얼굴이 부끄럽다
동방에
가을기운은 차고
귀뚜라미는 길게
읊조리는데
갈매기는
석양
물가 모래사장에서
한가롭게 잠자는 도다
이 연회가
그대로 끝남을
아쉬워 하지말라
다만 원하노니
돌아오는 연회를
서로들
잊어버리지 않기를
(望齊集에서 정시유 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