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04(월요일) 정국현의 아침斷想
정국현 歷史小說
불국토佛國土에 핀 예수
1. 구도자求道者의 길
⑬ 황무지에 뜬 새벽별 하나
“왕 태후 마마! 신 김문량, 돈수백배頓首百拜(머리가 땅에 닿도록 수없이 절함)하옵고 아뢰옵나이다. 신이 재주가 없고 불민不敏(어리석고 둔하여 재빠르지 못하다)하여 집사부와 중시 직을 감당할 수 없사옵나이다. 윤허를 거두어주심이 합당한 줄 아뢰옵니다.”
김문량이 엎드려 간곡히 간청懇請을 올렸다.
“불가하오. 이찬!”
“지금 아국我國(우리나라)에는 아직 청산이 되지 못한 귀족들의 아귀다툼으로 인하여 서로 반목하고 적대시하고 있소.
소통이 되는듯하나 소통이 되질 않고 진실한듯하나 거짓이 난무하며 거짓이 진실이 되는 칠등팔갈七藤八葛(칡덩굴이 일곱, 등나무가 여덟 이것이 엉켰으니 어찌 풀 것인가)- 얽히고설킨 이 난제들을 어린 주상으로서는 풀길이 없구려.
해서 덕망이 높으신 경이 나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국사國事를 돌보아 이 단단히 얽힌 매듭을 풀어 주시기 바라오.”
김문량이 다시 아뢰었다.
“ 신 김문량, 무지몽매無知蒙昧(아는 것이 없어 어리석음)하여 장강처럼 매륜남비埋輪攬轡(수레바퀴를 파묻고 말고삐를 잡다)를 할 수 없음이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매륜남비埋輪攬轡란 후한 순제 때, 장강등 여덟 명으로 하여금 전국을 순시하며 관리들의 비리를 규찰糾察(질서를 바로잡고 통제하다. 이씨조선 때 감사)하라는 명을 내리자 장강만이 낙양 도정都亭에다 수레를 파묻고 ‘승냥이와 이리가 조정을 맡고 있는데 여우 살쾡이의 죄를 어이 물으리’ 라며 당시 권력을 농단하던 대장군 양기를 열다섯 가지 죄목으로 격렬히 탄핵했단 일을 말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한 번의 옥음이 내렸다.
“경은 가감지인可堪之人(맡은 일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사람)이라. 너무 사양은 마오. 내일부터 등청하셔서 국사國事를 수행해주시오.”
“......”
“주상! 너무 이곳에서 오래 지체 한듯합니다. 이리 밤비까지 내리니... 서둘러 환궁해야 할듯합니다.”
말을 마친 왕태후는 거매금(왕)을 앞장세우고는 위사들을 대동하고 강당講堂 문을 열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강당講堂 섬돌 아래에 시립하고 있던 점개선사와 대사전극 등 많은 승들은 극진한 예를 올렸다.
김문량만 강당 안에 홀로 남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부복해 있었다.
야우夜雨(밤비)가 ‘추적추적’ 차가운 산사의 밤공기를 빗겨 가르며 내리고 있었다.
“대안大安!”
“대안大安하소서”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반가운 얼굴이 강당으로 들어 왔다.
점개선사는 예를 다하고 앉아 두 사람은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지막이 어둠을 뚫고 비 사이로 조심스럽게 세어 나오더니 먼동이 터오는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똑, 똑, 똑’
강당의 처마 끝에 하나 둘 떨어지는 낙숫물소리와 함께 698년 병신년 가을, 산사의 새벽은 그렇게 밝았다.
이른 아침 김문량이 조우관( 상투를 삼곡골의 모자로 덮고 양옆으로 깃털로 꽃은 관이며 벼슬을 달고 있는 닭처럼 보였다)을 쓰고 관복을 입고 아침조회를 위해 월성으로 등청을 하는 그 시각에 점개는 경조의 집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경조를 만난 점개는 대성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보시게...”
“.......”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
이렇게 중얼거리며 경조는 대성이와 이별을 직감한 듯이 얇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눈을 감았다.
“이보시게”
“......”
“이보시게 ”
점개는 계속 경조를 불렀다.
“하문 하소서. 선사님!”
마지못해 대답을 하면서 울먹거리던 경조는 곧바로 대성이 와 생이별을 생각하니 단장斷腸의 아픔이 복받쳐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한꺼번에 눈물이 샘처럼 솟구쳐 터져 나왔다.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라더니...’ 점개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경조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한참을 말없이 기다렸다.
“이보시게 경조! 이찬어른께옵서 그대도 함께 오라하셨네. 그리고 대성이 어미로서 함께 죽을 때까지 살자고 약조하셨네. 이 어찌 기쁜 소식이 아니겠는가? 어른께서는 또한 하루속히 부자 상봉을 원하고 계시기도 하니 이곳을 빠른 시일 내 정리하고 이찬어른 댁으로 들어가시게나.
대성 이에게는 내 그간의 모든 상황을 만나 차분히 설명할 것일세.”
점개는 복안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대성을 찾아갔다.
대성이 철이 조금씩 들 무렵부터 점개는 글을 가르치며 대성에게 친부모님의 이야기와 집안 이야기 등을 함께 말해주었고 그들 둘 만의 비밀로 가슴에 간직하고 묻어 두었었다.
점개는 대성에게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와 이찬으로 승진해 중시와 집사부 수장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말해주면서 경조와 함께 집으로 들어오라고 한 내용을 전해주었다.
대성은 아버지와 함께 지금 호흡하고 있는 월성의 하늘을 을 바라다보았다.
쪽빛으로 갠 하늘위로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몽글몽글 핀 가을 구름을 타고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대성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 얼마나 오랜 긴 기다림이었던가?
(계속)
제천신유
望齊 鄭禧燮
척골쇄심엽엽교
선연수색승화조
미명증차도잠호
묘태난분귀비요
첨래옥로화안소
홀도광풍파적료
문여청의하소득
위성조우우청소
霽川新柳
滌骨灑心葉葉嬌
嬋捐秀色勝花條
美名曾借陶潛號
妙態難分貴妃腰
添來玉露和顔笑
忽到光風罷寂蓼
問汝靑衣何所得
渭城朝雨又淸宵
비갠 시냇가 버드나무
촉촉한 이슬비에
곧은 가지 굽은 가지 깨끗이 씻기 우고
마음속 맑게 씻어내니
버드나무가지마다 기뻐 애교를 부리는 도다
버들잎 곱고 빼어난 청초함은
이월의 꽃보다 아름답고 선연한데
도연명은 읊었으리라
버들가지 낭창낭창 휘어져 뒤 감김은
양귀비의 흔들리는 아리다운 가는 허리라고
파릇한 잎 새 떨어지는 빗방울은 옥구슬인데
수줍은 듯 웃음 웃고
세정은 무상하여
홀연한 광풍이 적료함을 깨드리니
삶의 의지만 용솟음치는 도다
신록의 청의를 어디에서 얻었는가?
이른 아침 위성에 내리는 이슬비와 맑은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에게서 로다
(望齊集에서 정시유 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