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화요일) 정국현의 아침斷想
정국현 歷史小說
불국토佛國土에 핀 예수
1. 구도자求道者의 길
⑩ 황무지에 뜬 새벽별 하나
문방사우文房四友(종이,붓,먹,벼루)가 주인의 성품을 닮아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담백淡白하면서도 단아端雅하고 기품氣品이 넘치는 사랑방舍廊房으로 점개를 안내했다.
사랑방舍廊房이란 원래 샤랑방이다. 사舍의 본래 음은 샤이기 때문이다. 허신(후한, 문자학자)이 ‘설문해자’라는 책에서 사는 시거市居라 했다 이는 물건을 팔고 사는 시장이 아니라 빈객이 머무르며 담론하는 바깥채를 말한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귀이耳자를 써 온갖 정보를 듣는 이방耳房이라고도 불렀다.
“ 선사님! 이렇게 야심한 시각에 ......”
“ 복안장자님!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 명심하셔서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이일을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 하명下命 하옵소서.”
점개는 천천히 운을 떼었다.
“ 지금 월성 하늘에서 불덩이(유성)들이 금입택金入宅 (금을 입힌 집)마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귀족들 중 누군가가 역모逆謀를 꾸민다는 하늘의 계시입니다.”
복안은 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전율戰慄이 나며 소스라치게 놀라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복안도 요 며칠 새에 하늘의 해와 달이 함께 떠있었는데 한쪽은 밝고 한쪽은 어두워지는 꿈(흉몽凶夢)과 하늘이 순간 캄캄해지는 꿈(흉몽)을 번갈아 꾸었기 때문이었다.
금입택金入宅이란 통일신라시대에 왕족을 포함한 대 귀족들이 매우 부유하고 사치스런 생활을 했으며 크고 화려한 집들을 지었다. 특히 그중 39채가 유명한데, 이 저택들을 금을 입힌 집, 금이 들어간 집이라는 의미로 금입택이라 불렀다.
전하는 기록에 의하면 왕의 이궁이나 왕실 가족의 거주처로보이는 양택, 사량택, 본피택, 한기택이 있고 김유신의 조상 집인 재매정택, 남택, 북택, 우비소택, 지상택, 북유택, 남유택, 대택, 빈지택, 장사택, 상앵택, 하앵택, 수망택, 천택, 양상택, 비혈택, 판적택, 별교택, 아남택, 김양종택, 곡수택, 유야택, 사하택, 정상택, 이남택, 사내곡택, 사상택,지택, 임상택, 교남택, 항질택, 누상택, 이상택, 명남택, 정하택 등이 보인다.
<삼십오 金入宅>
점개는 이날 복안에게 역모가 일어나 진골 파진찬 김문량 집에서 갓 태어난 아기씨를 유모 경조가 안고 이곳으로 찾아오면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작은집 한 채를 내어 주고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복안의 집에서 역모의 후폭풍이 가라앉을 때까지 일하게 해줄 것과 홀로 사는 경조의 아들로 때가 될 때까지 비밀리 평민으로 키워 줄 것도 함께 부탁하고는 축원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그 아기씨 이름은 대성이라는 것도 잊지 않고 말해주었다.
복안은 점개의 부탁을 들으며 파진찬 김문량을 떠 올렸다.
김문량은 온화하면서도 엄격하고 위엄이 있으면서 사납지 않고 공손하면서도 편안하며 검소했던 공자의 성품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子溫而厲, 威而不猛, 恭而安자온이려, 위이불맹, 공이안)
또한 늘 곡간 문을 열어두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구제救濟하고 있었다.
복안은 그를 닮고자 그렇게 살고자 노력을 하면서 점개의 법문처럼 함께 나누고 베푸는 삶의 기쁨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달았다.
파진찬 김문량의 얼굴만 떠 올려도 행복했었다.
점개가 복안에게 대성의 일을 신신당부申申當付를 하고 사랑채를 떠나던 그 밤에는 ‘후두둑’ 발비(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가 밤새도록 내렸다.
김흠돌이 난을 일으키고 역모와 관계없는 진골들까지 고해바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는 죄목 하나로 대규모 숙청되는 피비린내 났던 그 날, 땅거미가 짙게 깔릴 시각에 경조는 대성이를 품에 안고 복안을 찾아왔었다.
그후 점개가 안배한 복안의 집에서 품팔이를 하면서 경조는 점점 안정을 찾아 갔고 친자식처럼 대성이를 누구보다도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었다.
흥륜사 경내의 홍매화와 청 매화 눈 속에서 앞을 다투어 꽃을 피우고지기를 몇 차례.
점개는 복안의 집을 방문 할 때면 경조를 돕는 활달하고 예의 바른 어린 대성이를 자주 보았다.
대성이가 7살이 되자 점개는 복안의 집을 자주 방문하고 글공부를 가르쳤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시문詩文이 뛰어난 대성이를 보고 대견해 했었다.
‘범이 범 새끼를 낳고 용이 용 새끼를 낳는다.’하지 않았던가.
대성이 17살이 되던 698년 병신년丙申年 5월에 북방에서는 대조영이 당나라군을 천문령 전투에서 크게 무찌르고 난 뒤 동모산에서 고구려 유민과 말갈, 거란족을 모아 발해를 건국했었다.
당과 대조영이 힘겨루기를 하는 밖과는 다르게 모두 평화롭기만 하는 서라벌은 남산 탑골 계곡의 단풍이 내려와 온 도성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수놓고 있었다.
점개는 흥륜사에서 대규모 육륜회를 베풀고자 보시를 권하며 시주를 받고 다니다가 모량리 복안의 집에 이르렀고 복안은 베 50필을 내어 놓고 전 가솔을 불러다 법문을 청했었다.
점개는 정성을 다해 주문을 외우고 축원을 했다.
“단월檀越(불교용어: 시주)이 보시布施하기를 좋아하니 천신天神(하나님)이 항상 지켜 주실 것이며 시일득만배 施一得萬倍 (한 가지를 보시하면 1만배를 얻는다) 할 것이니 안락하고 수명 장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를 풀어 법문을 설하기 시작했다.
“경에 이르기를 씨 뿌리는 자가 밭에 나가서 씨를 뿌리는데 더러는 길가에 떨어져 새가 와서 먹었고 더러는 흙이 얕은 돌밭에 뿌려져 싹은 났으되 얼마 있지 않아서 뿌리가 말라 죽었다 합니다. 그러나 더러 좋은 밭에 뿌려진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서 1만배 소출을 얻었다합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고 하니 마음 밭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천신의 법문인 씨앗을 받아 마음 밭에 심고 보시하는 마음을 내는 그 초발심이 먼저 중요합니다.
그것은 물질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착한 행실로도 가능합니다. 우리 모두 보시하는 발심을 내어서 남에게 나의 것을 나누어주는 좋은 마음 밭을 가꾸고 이웃들에게도 천신으로부터 받은 씨앗을 널리 뿌려 함께 안락하고 수명장수 해야겠
습니다"
이는 6 바라밀波羅蜜 중 첫 번째 행하여 할 덕목인 보시 즉 나의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으로 본래 나의 것은 없다는 진리와 같은 것입니다. 그것을 행하는 것이 바로 자비행慈悲行입니다.”
“대안!”
“대안! 하소서”
육바라밀六波羅蜜에는 보시와 지계, 인욕과 정진, 선정과 지혜의 바라밀이 있다.
보시布施바라밀이란 나의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으로 소유욕을 없애준다. 본래 나의 것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지계持戒바라밀이란 부자유한 금기를 지키는 것으로 나를 자유롭게 한다. 본래 지킬만한 계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인욕忍辱바라밀이란 일어나는 화를 참는 것으로 대상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본래 화날만한 일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정진精進 바라밀이란 하기 어려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나태를 없애준다. 본래 힘든 일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선정禪定바라밀이란 경계에 끄달림을 안정시키는 것으로 분별심을 없애준다. 나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 본래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지혜智慧바라밀이란 잘못된 세상을 바로 보게 하는 것으로 무명을 제거해준다. 실로 세상은 본래부터 잘못된 것이 없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하인들 틈에서 함께 법문을 함께 듣던 대성이 경조에게 달려가 이 법문을 전했다.
“어머님! 큰스님이 말씀하시기를 한 가지만 보시하면 만 배를 얻는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는 숙선宿善(본디 쌓아둔 선)이 없어서 지금 곤궁한 듯합니다. 말씀을 믿고 법회에 당장 보시해 선업을 쌓아야 하겠습니다.”
대성이 유일한 재산인 밭 두어 이랑을 보시 하자고 졸랐고 경조는 기쁨 마음으로 이를 모두 내어 놓았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었다.
그 시각,
파진찬 김문량은 귀양살이를 마치고 서라벌로 돌아오고 있었다. (계속)
우음 偶吟
환성지안
진일성성좌
건곤일안중
유붕래초실
명월여청풍
盡日惺惺坐
乾坤一眼中
有朋來草室
明月與淸風
온종일 또렷이 앉아 있으니
하늘 땅 모두가 한 눈 속이라
벗들이 초막을 찾아드니
밝은 달 그리고 깨끗한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