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2일 (수요일) 정국현의 아침斷想
불국토 佛國土에 핀 예수
1. 구도자求道者의 길
⑧ 황무지에 뜬 새벽별 하나
마치 대성이 살아 환생還生이라도 한 것처럼 대정의 모습이 너무나 닮아 있었다.
큰 덩치에 넓은 어깨, 넓고 평평한 정수리, 얇은 머리카락, 하얀 피부, 찢어진 눈에 검은 눈동자, 뾰족한 코에 얇은 입술까지......
‘맞아.. 대성이 죽을 때 나이도 열아홉쯤 되었으니....그래도 너무 닮았어. 마치 대성이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점개는 중얼거렸다.
“선사님!”
“말씀하시게”
“ 서라벌에 계시는 아버님과 두 어머님은 별래무양別來無恙하신지요?”
“ 이런. 이런 내 먼저 안부를 전해 주어야 하는 데... 깜박했구먼. 옥체만안玉體萬安하시다네. 하 하 하 ”
건들바람(화풍和風)이 군막 안으로 조금씩 기어 들어와서는 군막 안을 이리저리 어지럽히고 있었다.
‘치익-’ 밀랍초의 심지 타는 소리와 함께 일렁이는 불길은 수많은 잔영殘影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대정은 바싹 점개 곁으로 다가 앉으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 선사님! 백부伯父님같아 여쭙사온데 경조어머님과 대성형님에 관해 말씀을 듣고 싶었사옵니다. 그 일에 관해서만은 아무도 말씀이 없으셔서 늘 궁금해 왔사옵니다.”
점개는 잔기침을 몇 번 하고는 다시 대정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 그래...이제는 사리판단事理判斷 할 나이가 되셨지. 암.....”
사리판단이란 불교용어로 나뭇잎을 있게 한 땅속의 아래 감추어진 뿌리를 주목하라는 말이다. 잎들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땅속 아래 감추진 뿌리를 보라는 말이다. 사事와 이理 다시 말해서 현상과 본질을 바로 보라는 말이다.
강한 솔바람이 불어와 회랑 옆 은행나무들이 몸을 움츠리는 흥륜사에 땅거미가 깔리는 시각- 허둥지둥 달려오는 경조와 강보에 쌓인 아기. 장자복안의 하인들에게 입단속 시키는 다급한 목소리. 귀양을 떠나면서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던 김문양의 쓸쓸한 뒷모습. 참수되는 김흠돌의 머리와 남천 하늘을 뒤덮은 까마귀들의 불길한 울음소리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왔다.
‘춘지화개추래엽락春至花開秋來葉落(때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오묘한 이치)라.... 점개는 눈을 감았다.
“ 선사님!”
대정은 재촉하듯 점개에게 말을 걸었다.
“ 파진찬 어른이 대성을 위해 육륜회六輪會를 열어 달라고 부탁을 해서 내가 파진찬 어른을 뵈러 집으로 들린 날이..... 대성이가 태어난 지 삼칠일이 막 지난날이었다네.
김흠돌이 난을 일으키기 전으로부터 달포(한 달 하고 조금 더 되는 기간)전이었고. 파진찬 어른이 보는 앞에서 간절히 축원을 하며 윷짝을 던졌지....그때 나온 숫자가 ....그래... 98, 151, 101 로 기억되네.
점찰선악업보경占察善惡業報經에 따르면 숫자의 합이 98이 나오면 구하는 바가 있으나 괴로움을 받게 되는 괘요, 151이 나오면 근심하는 것에 관하여 오랫동안 괴로워하는 괘이며 101이 나오면 잃어버린 것에 관해서 스스로 돌아오는 괘로 나온다네.”
육륜회란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으로 지은 죄를 참회하고 앞으로 보다 많은 선행을 다짐하는 법회이다.
육륜법에는 4면으로 된 윷짝을 여섯 개 사용한다. 각 윷짝에는 4면 중 한 면만은 공백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면에는 1에서 18가지 숫자를 적어 넣었다.
18까지의 숫자에는 인간의 감각기관인 눈, 귀, 코, 혀, 몸, 뜻의 6근과 6근의 대상이 되는 색깔, 소리, 향기, 맛, 촉감, 법등의 6경 그리고 6근과 6식의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여서ㅛ가지인식작용인 6식을 상징한다.
이것을 세 번 던져서 매번 나온 숫자를 합쳐 점찰경에 적힌 점괘를 푼다. 이 경에는 113가지의 가능한 결과가 적혀있다.
“그래서요. 선사님!”
대정은 이 괘의 숫자와 설명을 듣고는 바짝 긴장했다.
점개는 굽다리가 달려있고 목이긴 항아리 토기인 ‘동물 무늬항아리(동물문대부장경초)’에서 물을 따라 목을 축였다.
“ 파진찬 어른에게 점괘의 내용을 이렇게 풀어 드렸다네.”
“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을 새겨들으시고 오해하지 마시길 바라옵니다. 이 괘들은 앞으로 파진찬어른과 이 아기씨가 겪어야 할 환란을 예지하고 있사옵니다. 천기를 보아오니 붉고 사악한 기운이 뻗어 월성을 감싸고 있사옵니다. 이는 역모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 우선 소판 김흠돌과 그와 절친한 진골들을 멀리하시고 진골들의 모임에도 일절 참여 하지 마시옵소서. 또한 만일 변고가 일어나면 흥륜사로 유모와 아기씨만 보내옵소서. 그래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사옵니다. 소승이 그 다음부터 알아서 하겠사옵니다.”
그랬다. (계속)
무제 無題
望齊 鄭禧燮
분분세사란여파
세거연심이변다
만아시급침공욕
탕자나수연락가
조사일신천상재
만종제익대방가
석문초성금불견
원산소식과여하
紛紛世事亂如波
歲去年深異變多
蠻兒時急侵功慾
蕩子那須宴樂歌
早事一神天上宰
晩從諸益大方家
昔文楚城今不見
苑山消息果如何
분분한 세상사
성난 파도와 같이 어지럽고
해가 가매
이변은 많이 생기는 구나
오랑캐는 당장
침공하고자하는데
탕자는 어찌하여 편안히 노래만
부르고 있나
하나님은 태초로부터
우리를 다스리시니
다소 응답은 늦어질 수 있지만
분명히 온 권속들에게
유익함만 주시는 구나
들은바 옛 초성은
이제는 볼 수 없고
원산의 소식은
과연 어떻게 변하였어리오
(망제집望齊集에서 譯:정시유)
알려 드립니다: 23일(목요일)과24일(금요일)은 추수감사절인 관계로 연재는 쉽니다.
즐겁고 행복한 감사절을 보내세요.
HAPPY THANKSGI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