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현 >>의 아침마당

鄭國鉉의 우리 동네風景 ☯ 열 셋

chung si yoo 4932 2018. 6. 4. 13:34



이미지: 사람 2명, 모자, 근접 촬영



鄭國鉉의 우리 동네

風景 열 셋

-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의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
이사야9:6-

장사의 神 9

사막바람 사이로 나무젓가락 하나만한 황토 길이 보였다 사라지고 다시보이고.....이러기를 몇 차례.
저 멀리 고향 마을처럼 나지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 하나가 희뿌옇게 사막 바람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불법이민자 헤수스는 ‘신기루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을 주유소를 지나자마자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구불구불 이어진 외길 아스팔트 도로가 턱하니 진갈색으로 탈색이 되어 길게 누워 있었고 드문드문 무슨 커뮤니티센터, 소방서, 경찰서 같은 건물들이 (엄밀히 말하면 이동식 가건물) 보이고 샤핑센터와 교회 지붕에 서있는 종각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막 회오리바람이 다시불어 아스팔트 위를 한번더 쓸고 지나가자 누더기를 기운 듯 군데군데 땜질한 검은 콜타르가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냈다.

불법이민자 헤수스는 운전하는 부족위원회 위원인 헤수스에게
말을 걸었다.

“헤수스! ”
“어제 밤 꿈에 빗자루로 방을 깨끗이 청소하는 꿈을 꾸었는데.”
“응...뭐라고? 잘 안 들려....”
“방청소하는 꿈!”
“방청소하는 꿈을 꾸었다고!”
“그래서?”

불법이민자 헤수스는 지난밤 꿈에 빗자루로 자신이 자던 헤수스의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꿈을 꾸었는데 오늘 사막 바람이 도로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습을 보려고 그랬는가보다 라고 말을 걸었다.
왠지 뭐라도 말을 해야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답답한 마음이 사라질 것 같아서였다.

불법이민자 헤수스의 말을 듣던 부족위원회 위원인 헤수스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토호노 오담 키치나들의 꿈 해몽에는 조만간 귀인이나 반가운 손님을 만나며 막혔던 장애나 말썽이 해소된다는 꿈 풀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헤수스!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너무 긴장하지 말고....배운
데로 만 해. 그리고 이렇게 크게 심호흡을 하면 마음도 편안해져!”

부족위원회 위원인 헤수스는 먼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불법이민자 헤수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기도문을 큰소리로 외우며 한 구절씩 따라 해보라고 권유했다.

“밤과 낮을 쉬지 않고 운항하는 어머니 대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쏘는 칼 새와 새벽의 말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 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 노래의 호흡이 되어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주는 바람에게.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자매인 야생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비밀과 자유와 여러 길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젖을 우리에게 나눠 줍니다. 그들은 스스로 완전하며 용감하고 늘 깨어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구름과 호수와 강과 얼음산에게도. 그들은 머물렀다가도 또 여행하면서 우리 모두의 몸을 지나 소금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눈부신 빛으로 나무 둥치들과 안개를 통과해 곰과 뱀들이 잠자는 동굴을 덥혀 주고, 우리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억의 별들,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은 별들을 담고 모든 힘과 생각을 초월해 있으면서 우리 안에 있는 위대한 하늘, 할아버지인 우주 공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이로쿼이족 인디언 기도문)

불법이민자 헤수스가 따라 읽는 기도문을 막 끝낼 무렵,
그들이 탄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트럭은 로터리를 돌아 소박하게 생긴 하얀색 둥근 단층 건물 앞 주차장에 섰다.

“이봐 헤수스 ! 다 왔어.”

부족위원회 위원인 헤수스 차에서 먼저 내리며 불법이민자 헤수스에게 내리라고 손짓했다.

이른 오전인데도 무더운 사막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있었다.

“헤수스!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회의실 문 옆 복도에 긴 의자가 하나 있을 거야. 거기 앉아 기다리면 우리부족회의 중간에 이름을 부를 거야. 그때 들어오면 돼. ”

“들어와 보면 알겠지만 정중앙에는 우리 토호노 오담 국기와 미연방 국기가 함께 걸려있어. 부족위원회 여직원을 따라가 오른쪽 선서대 앞줄에 앉아. 그러면 부족위원장과 위원 3명이 질문을 할 거야. 아는 것만 성실히 답해. 긴장은 풀고....심호흡! 알겠지?”

부족위원회 위원인 헤수스는 엄지를 척하고 세운 후에 성큼성큼 걸어 문을 열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불법이민자 헤수스는 긴 회의장 입구 긴 나무의자에 혼자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하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토호노 오담 부족 경찰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 또 한 차례의 사막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 헤수스!”
“ 헤수스!”
“어디 있어요?”
헤수스는 황급히 뒤를 돌아다 봤다.

작은 키에 예쁘장하게 생긴 통통한 얼굴을 한 부족위원회 직원인 인디언 아가씨가 회의장 문을 열고 나와 서류철에서 헤수스 파일을 훑어보면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헤수스는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심장이 ‘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너무 크게 자신의 귀에 들려 혹여 여직원에게 들릴까봐 안절부절 했다.
몇 번을 심호흡한 후에 수없이 침착하자고 중얼거리며 헤수스는 부족위원회 여직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회의장 중앙에는 토호노 오담국기와 미국연방국기가 걸려 있고 그 아래에는 위원장인 듯 한 한사람이 그 양 옆으로는 두 줄로 부족위원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부족위원회 위원인 헤수스의 환한 얼굴도 보였다.
어림잡아 20여명은 되어 보였다. (미국쪽 토호노 부족국가는11부족의 연합체로 한 부족에 2명씩 대표들이 모여 회의하는 공동체임)

위원장인 루이스 마뉴엘은 친손자를 바라보는 듯한 인자한 모습으로 헤수스에게 질문을 했다.

“ 형제는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느 종족입니까?”

“ 예...저는 헤수스입니다. 그리고 멕시코에서 온 어머니 쪽으로토호노 오담입니다.
작년 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삼촌을 찾아 가라고 말씀하셔서 지난 2월, 호세 삼촌 사진 한 장을 들고 국경을 넘어 이곳으로 왔습니다.
오다 길을 잃어버려 바보키바리산으로 길을 잘못 들었고 이틀을헤매다 탈진해 쓰러져 다 죽게 되었을 때 여기부족위원이신 헤수스께서 저를 구해 주셨고 지금까지 돌보아 주셨습니다.”

“깨어난 후 삼촌은 찾아보았나요?”

“예....하지만 ...그분은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투산 어딘가로 갔다는데...알 길이 없었습니다.”

“삼촌 호세...사진은 가지고 왔나요?”
“예...여기.....”

헤수스는 위원장의 말에 하나하나씩 답변을 하면서도 진한 죄책감이 온몸을 덮는 것을 느꼈다. 마치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것처럼 멀쩡히 고향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헤수스에게 여직원이 다가와 헤수스의 손에 들린 흑백사진 한 장을 받아 들고는 위원장에게 가지고 갔다.

“호세씨는 어느 부족입니까?”
위원장이 부족위원을 돌아보며 말을 했다.
“저의 부족입니다. 그는 부족의 일을 내 일처럼 돌보고 이웃들에게 친절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지난해 멕시코에 있는 사촌 집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혈압으로 쓰러져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습니다.”
산만한 덩치에다 금사슬로 된 목걸이를 목에다 두른 부족위원 중 한명이 손을 들며 대답했다.

“나오셔서 이 사진이 호세씨가 맞는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천천히 걸어 나와 사진을 확인하고는 산만한 덩치의 부족위원은 맞다는 듯 연신 고개를 꺼덕거렸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루페즈씨!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여기 여러 위원들께서는 잘 아시다시피 멕시코에 사는 우리종족들은 현재 그 숫자와 규모가 잘 파악이 안 되고 있어요.

그래서 연금, 의료, 복지 등이 완전히 열악한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회의를 하면서 항상 의제에서 다루는 것 중에 하나는 그들을 어떻게 도울까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멕시코와 미국정부에 강력하게 건의도하고요.

그리고 조금 전에도 회의를 가진바 있는 의제이자 문제점인 우리 토호노 오담 부족원들의 숫자가 급감해 우리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현실을 어떻게 푸는가에 있습니다.

먼지, 우리 사막의 사람들은 모두 힘을 합해 멕시코와 이곳에서 뿔뿔이 흩어진 우리 부족원들을 찾아내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막의 부족들이 하나가 되어 우리 땅에서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한 예를 보더라도 다른 인디언 부족들은 카지노를 짓고 그 수입으로 자녀들의 교육, 복지 등에 힘을 쏟는데 우리들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다른 인디언부족들이 다 짓는 카지노조차 짓지 못하고... 정부와 마찰로 벽에 부딪쳐 아무런 진전이 없지 않습니까? ”

위원장 루이스는 목이 탄 듯 냉수 한잔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말을 이어갔다.

“여기 나온 헤수스는 국경이 갈라놓은 최대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연고자가 없다고 이곳에 온 아픈 형제를 돌보지 않고 멕시코로 돌려보낸다면 호호캄 할아버지시대로부터 내려온 평화를 사랑하며 박애를 실천하는 우리들의 전통을 깡그리 없애 버리는 것입니다. ”

“위원여러분! 여기나온 이 젊은 형제에게 이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부족위원들은 갑자기 헤수스를 변호하는 위원장의 말에 놀라서 서로 얼굴들만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부족위원인 헤수스는 자신과 사전에 조율도 한번 없었는데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불법이민자 헤수스의 변호인이 된 듯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고 손자를 그윽이 바라보는 자애로운 친 할아버지 같은 “긍휼지심’을 위원장의 눈빛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잘 될거야. 암... 다 잘되고 있어.”
부족위원 헤수스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여러분이 잘 상의 하셔서 좋은 결말이 지어지기를 나는 바랍니다. 점심식사 후 오후에 이곳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위원장 루이스는 부족위원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정회를 선언했다.

위원장 루이스가 회의장 밖으로 나간 후에 만장일치제인 부족위원회위원들은 둥글게 모여서서 한참을 무언가를 숙의하더니 한차례 고성이 오고간 후에 한사람씩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계속)

* 정오표
1 먼지-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