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國鉉의 우리 동네 風景 아홉 1-2

 

 

               鄭國鉉의 우리 동네
    
                    風景 아홉

-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의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
이사야9:6-

                         장사의 神 2.

헤수스의 MONOLOGUE(독백獨白):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그래...

이제 곧 국경을 넘겨주는 가이드의 “뛰어”라는 신호가 오면 우리는 앞 뒤 생각할 겨를 없이 냅다 뛰어 국경 장벽을 벌떼처럼 달아 붙어 넘을 거야.
확률?
그런 것 몰라.
하나님만 이시지.

거기까지였어.

그날 밤은 달빛도 별빛도 모두 이사를 갔는지 칠흑같이 어두웠어.

이따금씩 멀리서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옆 아미고가 긴장을 했는지 바스락 거리는데 마치 천둥 번개 치는 소리같이 너무 크게 들리데.
화들짝 놀라 십년감수하고 있는 중에 국경수비대의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뚫고 내 심장을 파고드는 거야.
심장이 졸깃졸깃해진다는 표현 -딱 그대로야.

머리로부터 식은땀이 연신  흐르고 있었어.

• 십년감수: 너무 놀라 수명이 십년 줄었다는 말. 이 말은 조선 말
고종 황제가 처음으로 유성기를 설치했고 당시 명창이었던 박춘재를 불러 녹음을 했는데...녹음기에서 박춘재의 판소리가 나오자 고종황제는 녹음기에 정기를 빼앗겼다 생각하고는 깜짝 놀라 “춘재야! 네 수명이 십년 감 했구나”한데서 유래 된 말이다.

삶의 씨줄과 죽음이라는 날줄이 밤하늘의 찬 공기를 가르며 어둠속에서 마구 교차되어 살 것도 같고 죽을 것도 같은 묘한 기분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 거야 .

이를 땐....
죽음을 앞둔 이를 땐....
이렇게들 후회한다고 하는데
...........................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결혼을 했더라면
자식이 있었더라면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오츠 슈이치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그런데 난 말이야.

갑자기 고향에서 먹던 또르띠야에 고기와 채소와 치즈를 듬뿍 넣어 싼 타코 와 코카콜라 한 병이 생각이 난 거 있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코카콜라는 제조과정에서 설탕을 넣지 않고 사탕수수로 만들어 맛이 미국에서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달라.-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서도(절체절명:‘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나 궁지’를 일컬을 때. 절대-절명絕對絕命은 절체절명의 잘못된 표현임)엄니가 해주던 타코의 맛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는 거야.

코카콜라의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막 타코를 한입 베어 물었어 .
육즙이 줄줄 흐르데.
잠시 후 비릿한 향이 찬바람을 타고 ‘확’하고 나를 덮치더구먼.

이런 우라질!
코피가 터진거야.

손으로 코피를 닦아 옷에다 쓰윽 문지르고 부드러운 마른풀이라 있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찰나에 휘파람 소리가 길게 적막을 깨며 “뛰어!!”하잖아.

냅다 뛰었지.
뛰다보니  피와 같은 맥주 남은 5캔...전부 두고 뛰고 있잖아...아깝다는 생각이 들며 돌아가 다시 가지고 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불끈 불끈 솟는 거야. 그땐 정말 간절했어.

그 순간 나도 다른 아미고들처럼 국경 장벽을 두 손으로 잡고 기어오르고 있는 거야.
‘윙윙’귀에 무언가가 울렸지만 아무런 감각이 없었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이야. 그냥 그 장벽을 넘고 있는 거야.

이런 것을 두고 무념무상 無念無想)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닌지 몰라.

장벽을 넘으며 좌우를 둘러보니 동쪽과 북쪽 내륙 쪽으로는 사막의 모래밭으로 된 나지막한 구릉들이 펼쳐져 있고 저 멀리서 몇 개의 불빛이 찬바람에 몸을 싣고 깜박거리며 흔들리고 있었어.
그리고 서쪽방향으로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악산惡山이 하나 턱하고 버티고 서 있었어.

철망을 넘어 가는 아미고들은 모두 내륙 쪽으로 구릉 사이로 빠르게 달려서 가고 있었어.

난,
타고난 잔머리대왕이잖아!
‘저리로 가면 다 잡히고 말거야... 악산으로 가  잠시 숨을 고른 후    기회를 보다가 가야지.’하고 순간 판단을 했어.
그리고는 모래사막을 가로지르며 악산 쪽으로 달렸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