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風景 여덟
<< 용모파기容貌疤記>>
타이틀백: Bird's Eye View(동이 터오는 다운타운 빌딩숲. 거미줄같이 얽히고설킨 프리웨이. 줄지어 움직이지 않는 차들
카메라 빌딩사이로 줌인되며 다운타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홈리스 촌, 기지개 켜는 한 홈리스. 포커스 아웃.)
타이틀: 좋은 놈(백인행인 A얼굴), 나쁜 놈(홈리스얼굴), 더 나쁜 놈(진영얼굴). O.L
타이틀 M: The Good,The Bad and The Ugly 주제가
타이핑 자막:"너희의 단장은 머리를 꾸미고 금을 차고 아름다운 옷을 입는 외모로 하지 말고 오직 마음에 숨은 사람을 온유하고 안정한 심령의 썩지 아니할 것으로 하라 이는 하나님 앞에 값진 것이니라"(벧전3:3-4)-
S#1. 다운타운 풍경
이른 아침 꽃시장 가는 길.
검은색 벤츠 한대가 다운타운 9가와 센티 코너 사거리에서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자 급정거를 한다.
E: (급정거 소리)
(화들짝 놀라는 두 사람) O.L
S#2. 사거리 별 다방 커피숍 앞 분주히 사람들은 움직이고.
별 다방 커피숍 앞에 비스듬히 누워 두 다리를 하늘로 향해 떨고 있는 홈리스 남자. 그 앞에는 땟국이 흐르는 별 다방 커피 종이 잔이 놓여있고 동전 몇 개사이로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 (종이 잔 안 지폐 C.U)
S# 3 차안
진영: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 십년감수했네.
혜진: (영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무슨 운전을 그따위로 해요? 요즈 음 당신 운전이 개판인 것 알아요?
진영: 개판.....으... 음....... (말을 하려다 황급히 말문을 닫는다)
혜진: 당신은 요즈음 운전할 때마다 집중하지 않고 늘 산만해요. 자주 급정거하고... 그러다가 당신 혼자 죽으면 되는데 옆에 타서 함 께 죽는 나는!(앙칼진 혜진의 목소리)
진영: (듣기 싫다는 듯 라디오 볼륨을 크게 튼다.)
E: (라디오 뉴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남북이 화해하는 역사적 현장...입니다.
(앞을 보고있던 진영-슬그머니 조수석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손을 잡 는다)
진영: 여보! 미안해... 우리도 저 두 정상들처럼 화해합시다.
다음부터는 조심해서 운전할게...한번 만 봐주라 응.
혜진: (눈을 흘기다가) 아이고머니나! (화들짝 놀란다)
M: The Good,The Bad and The Ugly 주제가
S#4. 차 앞 유리창
(비틀거리며 다가와 유리창에 부딪히며 쓰러지는 커피숍 앞에 누워있던 홈리스남자 )
S#5. (E: 쿵- 소리와 함께) 유리창에 부딪히는 홈리스 남자의 희죽거리며 웃는 얼굴 C.U
S#6. (사거리에서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진영은 차에서 내리고 혜진은 차안에서 부르르 떨고 앉아있다.) D.E
E: (멀리서 들려오는 앰뷸런스 소리. 들리다 점점 사라지고...)
S#7 사거리
(차 앞에 쓰러진 홈리스.홈리스를 일으켜 세우려는 진영. 그 옆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진영:( 홈리스를 일으켜 세우며) 여보세요...여보세요...괜찮으세요?
홈리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고 맥없이 앉아있다.)
백인 행인A: (헨드폰을 꺼내며 황급히 911으로 전화를 건다. F.I)
여기...9가하고 센티 사거리인데요 .....
사람이...사람이 차에 치였어요.... 음... 의식은 있는 것
같구요..(진영을 도와 홈리스를 일으키며...홈리스는 계속 주 저 앉는다) 인상착의요?
40대 후반 백인 이구요. 회색 겨울 잠바를 걸치고 바지는 검 은 색 반바지에다...맨발이예요.
뭐라구요?
올 수가 없다구요.... 이런 젠장!
왜요?
(911에서 전화를 끓어 버리는 듯) 여보세요....여보세요...제 기럴!(전화를 마구 두드려본다)
백인 행인B : (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아니 .. 사람이 차에 치여 생사를 모르는 판국에 올 수 없다니...(흥분하며) 911 이 친구들 완전히 직무유기네 직무유기!
흑인 행인C: 가만...이 사람 ...커피 사러 갈 때 분명히 저 검은차가 사거리에 서 있었고 문 앞에는 저 친구가 누워있었는데 ... 언제 차에 부딪혀 쓰러졌지?(의아한 제스츄어)
쥬이시 행인D: 이놈은 매일 오전이면 이 앞을 죽치고 있는 놈이야. 허우대는 멀쩡해가지고는.... 이 동네 차가 아니고 지나가는 좋은 차를 상대로 돈을 뜯는 상습 공갈범이야!
이곳 주소를 대면 경찰도 엠뷸란스도 오질 않을걸. 저 몹쓸 놈 때문에 하두 많이들 출동을 해서(침을 뱉으며 지나간다.)
S#8. 뛰어오는 콩 다방 커피숍 직원 홈리스를 일으키고 있는 영진 앞에 멈춘다. (카메라 팔로우)I.I
직원: 그냥가세요.
영진: 그냥 가다니요. 엡뷸런스 오는 것을 보고요. 그리고 폴리스 리 포트도 하고 보험에도 연락 해야지요.
직원 : 그럴 필요가 없어요. 엠뷸런스는 오지도 않구요..
경찰도 오질 않아요. 우리도 매일 아침이면 이 녀석과 전쟁을 치루고 있어요. 오전 매출이 이녀석 때문에 반 토막이 났어요. (한숨). 우리 커피샵하고 무슨 억하심정( 抑何心情) 이 있는 지.....
(앉아있던 홈리스-커피샵 직원을 한번 쳐다본 후....벌떡 일어나 반대쪽으로 도망치듯 달음질친다. F.O)
영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원: (영진과 차에 탄 혜실을 보며 ) 뭘요... 이 골목에는 처음이신가 봐요. 이 동네 사람이면 저 녀석을 모두 다 아는데...워낙 영리해서 동네사람들이 아닌 차 까지 알고 저러는 거예요. 혹시 저희 커피숍에 오실 일이 있으시다면 저 친구 용모파기容貌疤記가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을 보시게 될거예요. (흥분하면서)혹 길거리에서라도 저 친구 만나시면 절대로 돈을 주면 안돼요.
The Good,The Bad and The Ugly 주제가와 함께.
타운 40대 후반의 홈리스 이 친구- 한마디로 정말 잘생겼다.
영화배우를 뺨치는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출근길에 비슷한 광경을 목격하고 이 상황을 시나리오로 써보면서 이 같은 想像에 빠졌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이 친구의 현실이 진짜 홈리스가 아니고 ‘좋은 놈 나쁜 놈, 더 나쁜 놈“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찍는 영화 배우였다면, 현실이 아닌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면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갈 집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다면?
......
또한
사고뭉치 저 친구를 낳는다고 저 친구의 엄마는 미역국은 먹지 않았어도 영양이 고루 담긴 얼음 동동 띄운 오렌지 주스와 햄버거, 스크램블과 베이컨, 우유와 콘플레이크, 샐러드와 랜치, 치킨누들과 샌드위치등을 매일 먹으며 산후조리를 하고 적어도 미합중국 선량한 시민이 되기 위해 손발이 다 달도록 울며불며 기도하며 키웠으리라.
그런 그가 부모가 물려준 미끈한 용모로만 빼고 모두가 망가진 채 거리를 단돈 몇 푼에 자신의 몸을 학대하고 이렇게 방황하고 있으니...
저러다가는 종국에는 이름 모를 길거리에서 쓰러지고 행려行旅 병자의 죽음으로 화장이 되어 카운티 안치소 유골함에서 몇 개월 동안을 잠자다가 다른 행려병자들이 죽어 들어오면 함께 아무 곳에 묻히거나 뿌려지겠지.....
이런 생각까지 미치자 갑자기 푸른 하늘처럼 맑았던 마음까지 슬퍼진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고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저 홈리스 친구처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잘생긴(?) 용모를 뽐내며
남보다 좀 더 가졌다고 남을 무시하고 교만한 마음으로 의스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自問自答해본다.
오늘 아침,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책 한 권이 있다.
어린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배우는 너무나 쉬운?)사자소학(四字小學修身篇)이라는 책이다.
다시한번 그 내용을 반추하며 현재의 나의 모습을 다잡아본다.
그리고 주님 앞에 이렇게 용모파기容貌疤記된 나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리고 싶다.
足容必重(족용필중)하며 / 발의 용모은 반드시 무겁게 하며,
手容必恭(수용필공)하며 / 손의 용모는 반드시 공손하게 하며,
目容必端(목용필단)하며 / 눈의 용모는 반드시 단정히 하며,
口容必止(구용필지)하며 / 입의 용모는 반드시 듬직히 하며,
聲容必靜(성용필정)하며 / 소리의 용모는 반드시 조용하게 하며,
頭容必直(두용필직)하며 / 머리의 용모는 반드시 곧게 하며,
氣容必肅(기용필숙)하며 / 숨 쉴 때의 용모는 반드시 엄숙히 하며,
立容必德(입용필덕)하며 / 서 있는 모습은 반드시 덕이 있게 하며,
色容必莊(색용필장)이니 / 얼굴 용모는 반드시 씩씩하게 할 것이니,
是曰九容(시왈구용)이니라 / 이것을 말해서 구용이라고 한다 .
그리고 여기에다
예수님을 매일 닮아가는 마음의 용모를 더해서 말이다.
"너희의 단장은 머리를 꾸미고 금을 차고 아름다운 옷을 입는 외모로 하지 말고 오직 마음에 숨은 사람을 온유하고 안정한 심령의 썩지 아니할 것으로 하라 이는 하나님 앞에 값진 것이니라"(벧전3:3-4)-
2018년 5월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