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기타]
- 할배
<<굴비>>
siyoo chung
사랑은 빙글 빙글 돌다 때가 되면 공처럼 통 뛰어 오르는 가보다
황혼이 지터질 무렵
주위가 어둑 어둑 해지고 지나간
***기억 조차 희미해 질 때 ~ 느닷없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 친소<親疎>간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다
아내와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권사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한번 가 보기로 했다
식당은 여전이 문전성시<門前盛市>다
문을 들어서니 서빙하는 분이 용케도 알아보고 달려나와
아내를 부축하고 반가워 춤 추듯 뜀박질이다
한권사는 주위의 손님들은 아랑곳 없고
카운터 제일 안쪽에 특별석을 만들고 반가와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자기가 이민와서 약 40 년 전 어려웠던 시절에 제 일 사랑 받은 장로 권사님이라 했다
그때의 지나간 아름다웠던 추억은 참으로 값진 것이라 했다
주 안에서 기도와 격려와 믿음의 소통<疏通>이 지금 성공의
바탕이라고 했다
그 때를 생각하며 늘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과거의 사랑은 돌고 돌아 공처럼 튀어 올라
사랑의 정을 가눌 길 없다
음식을 주문도 하기 전에 식당에서 제일 큰 굴비 <다른 식당에서는 볼 수 없는 >두 마리를
노랑 노랑 구워 왔다
잘 아는 이야기지만 굴비에 대한 통설<通說>은
굴비는 참 귀한 음식으로 임금님 수랏상이나 잔치상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이라 했다
굴비를 맛있게 건조하기 위해서는 굵고 싱싱한 참조기를 소금에 질렸다가 바람과 습도와 적당한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려 구부러지지 않게 차곡 차곡 놓고 무거운 돌로 눌러 다시 내어 말려야 결대로 잘 뜯기고 맛의 풍미<風味>가 일품이라 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조기를 소화를 돕고 영양이 풍부하고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해서 조기<助氣>란 명칭을 부쳤다고 했다
요즘 굴비의 영양 분석표를 봐도
열량 316 Kcal 단백질 44.4 g 지빙질 15.2 g 칼슘 68 mg 철분 7.2 mg 비타민 B1 0.19mg 나이아신 13.2mg ........
영양소가 많다
한권사는
아예 장사는 그만두고 내 식탁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수다 ? 를 떨며
장로님 팔에 붕대를 감은 것을 보니
굴비뼈를 잘 못 발가 자시면 큰 일 난다고
먼저 굴비 머리부터 툭 분질러 놓고 살을 쪽 갈라 가로로 놓고
다음은 배를 툭 갈라 내장을 버리고 등뼈와 까시를 갈라
작은 까시는 쪽 쪽 뽑아 한 쪽에 놓고
살은 결 대로 쪽쪽 떼서 밥 숟가락에 조금씩 얹어 내 입에 떠먹여 주는데 내가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나이에 세 살 어린 아이처럼 또박 또박 밥숟갈을 받아 꼭 꼭 씹어 먹는 그 심정은 뭐라 말로 표현 할 길이 없었다
밥 숟깔을 한 입 두 입 넘길 때 마다 황송? 하고 미안 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식당 안 손님들의 시선은 집중이 되고.....
갑자기 노년기가 영아기<嬰兒期>로 회귀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한 권사는 전연 아랑곳 없이
간간이 체한다고 물까지 컵으로 입에 마시어 준다
내가 지난 날 배푼 사랑은 사소<些少>한데 받는 사랑은
지극히 커
사랑은 둥글 둥글 돌며 때로는 처지와 형편에 따라 공처럼 통
튕겨 나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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