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부군의 영전에 드립니다
*< 아버님 小喪때 드린 어머니의 哀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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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도 가고
여름도 가고
가을도 가니
북풍한설[北風寒雪] 바람결에
앙상한 나무 끝에
오작[烏鵲]이 지저귄다
인생은 나그네라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풀잎 끝에 이슬 같은
우리 인생
한심[寒心]하고 가련[可憐]하다
오호 통재[痛哉]며 오호 애재[哀哉]라
천번을 거듭하여
역지사지행[易地思知行]하여도
아끼고 사랑하던
우리들을 영영 잊고
가신지가 만 2 년
또 7 개월이 다 자났는데
부군님 소식이 묘연[杳然]하다
수양산[首陽山] 깊은 곳에
백이[伯夷]숙재[淑齋]
뜻을 모아
불념구악[不念舊惡]
원시용희[怨是用希]
하시오며
채미[采薇]일 하시는가
적벽강[赤璧江]깊은 물에
서망하구[西望夏口]
동망무창[東望武昌]하며
산천상무[山川上繆]~
울호창창[鬱乎昌昌]한데
우리의 삶 잠간임을 슬퍼하고
장강[長江]의 물
무궁함을 부러워 하며
하늘 나라 천사와 즐겁게 노닐며
교교[皎皎]한 달 벗삼아
도도[滔滔]한 정취[情趣]
느끼고 계시는가
씩씩하고 호걸[豪傑]답던
늠늠[凜凜]하고
좋은 풍체[風彩]
언제 다시 만나 볼꼬
주야[晝夜] 장장[長長] 긴긴 밤에
누워선들 잠이 오나
앉아선들 잠이 오나
부군님 자취는 없어지고
소설[蕭瑟]한 바람결에
풀벌레 소리 애절[哀切]하다
이별[離別]이란 두 글자가
어찌 그리 무정[無情]한고
오호 통재[痛哉]며 오호 애재[哀哉]라
전송춘[餞送春]에
낙화[落花]는 분분[紛紛]하고
세우[細雨]는 사창[紗窓]에
요적[廖寂]하고
우후[雨後]에 젖은 목단화[牧丹花]
광풍[狂風]이 휘날린다
광풍[狂風]이 노호[怒號]
대명[大鳴]하여
광풍[狂風]이 나를 부군과
이간[離間]질 하니
원부군[遠夫君]이자녀[離子女]더라
그이도 나를 이별[離別]한다
부활[復活]하신 우리 주님
이 세상 다시 올 때
천사장의 나팔소리
그 때 꼭 오실란가
과거사[過去事] 월회[越會]하니
산 밖에 태산이요
물 밖에 바다로다
그리운 고국 산천
평원[平原] 광야[曠野]넓은 들에
오곡백과[五穀百果]무르익고
황금 물결 뒤척일 떄
논두렁길 다녀보고
심심 산골 무인처에
소쩍새 울음 울고
이화[李花]는 작작[灼灼]하고
도화[桃花]는 요요[妖妖]한데
그 속에 집을 짓고
소도 닭도 방사[放飼]하며
온갖 체소 심어놓고
우물 물에 물을 길러
저녁밥을 지어 먹고
희미한 등불 아래
둘이 서로 맞주 앉아 옛 일을 회상하며
아들을 의지하여
미국으로 떠난다고
모든 일을 계획 했다
추운 겨울 어느날
경월부단행[傾月不斷行]
과수원에 일을 하고
돌아와 손을 내며
만저보라 이르기에
그 손을 만저 보니
너무 많이 일을 하여
험하고도 찹던 손이
지금도 기억 난다
과거에 편토[片土]없고
낭하[廊下]에 노비[奴婢] 없어
괴로운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하시니
얼마나 힘이 들꼬
교역 생활 반세기
추울 때나 더울 떄나
새벽 기도 다니시며
풍파[風波]많은
교역생활
십자가를 등에 지고
말 없이 걸어 갈 때
괴로운 그 심정을
누구에게 말을 할꼬
동경으로 평양으로
대구로 부산으로
진주로 삼천포로
현풍으로 풍각으로
곳 곳이 다니시며
고생도 많이 하고
존경도 많이 받아
하나님 사랑으로
화평한 가정 생활
오십 삼년 지날 적에
오늘이 있을 줄을
꿈에도 생각 했나
멀리 멀리 가셨다가
집으로 오시리라
오늘이나 내일이나
편지가 올 것 같고
병원에서 지내던 일
역역[歷歷]히 생각 하니
서글픈 입원실에
적적히[寂寂]히 혼자 누워
가족들이 방문 가면
너무 너무 반가와서
면 면이 손을 잡고
옷깃을 만지면서
조금도 슬픈 기색
안보이려
무한이 애를 쓰고
대담하게 하시지만
우리가 돌아 서면
혼자서 우는 심정
오호 통재[痛哉]며 오호 애재[哀哉]라
무심한 흰구름은
어디로 흘러 가나
낙엽을 밟으면서
인생의 황혼길을
한 없이 걸어가니
슬프고도 또 슬프고
애닯고도 원통하다
상전[桑田]이 벽해[碧海]되고
벽해[碧海]가 상전'[桑田] 된들
잊을 길이 막막[寞寞]하다
멀고 먼 이국[異國] 땅에
산을 보려 여기 왔나
물을 보려 여기 왔나
에절[哀切]한 내 심정을
무엇으로 표현 할꼬
천지는 광활[廣闊]하고
월색은 교교[皎皎]한데
어디론가 날아가는
기러기 울음 소리
향수[鄕愁]를 자아 낸다
어젯밤 불던 바람
금성이 완연[宛然]하다
고침[孤枕] 단금[單衾]에
상사몽[相思夢]훌적 깨어
죽창[竹窓]을 반개[半開]하고
애광[靄光]에 앉았으니
참으로 막막하다
만리장천[萬里長川]에
하운[夏雲]이 흩어지고
천년 강산에
찬이슬 새로와라
심사[心思]는 창연[愴然]한데
풍경[風景]도 유감[有感]하네
정수[庭樹]에 부는 바람
이한[離恨]을 아뢰는 듯
소설한풍[蕭瑟寒風]에
추국[秋菊]에 맺은 이슬
별누[別淚]에 먹음은 듯
잔유남교[殘柳南郊]에
춘앵[春鶯]이 이귀[已歸]하고
달 밝은 가을 산 마루에
잔나비 슬피 운다
님 여이고 썩은 간장
하마터면 끊기려나
상춘[賞春]에 즐기던 일
옛 일인가 꿈이런가
가랑비 뿌리는 쓸쓸한 창가에
사무치는 깊은 심정
참으로 요적[寥寂]하다
야월삼경[夜月三更]마주 앉아
백년 살자 굳은 약속
삼각산이 높고 높고
한강수가 깊고 깊어
무너지기 이외여든
끊어질 것 짐작하랴
은하작교[銀河鵲橋] 끊겼으니
건너 갈 일 아득하다
갈 길이 끊겼으니
차라리 잊을손가
꿈 속 잠잠한
어느 날에
고인을 다시 만나
봄 바람 가을 달에
거울 같이 마주 앉아
이런 일 옛날 삼아
한 없이 즐기는데
추풍이섞여 불어
처량한 한 소리로
깊이 잠던
나를 깨우노라
서산 낙조[落照]와 동산 명월[明月]이
아무리 좋다해도
쓸쓸하고 적막한
내 심정을
어찌 일필[一筆]로 다 기록 할까
둘이서 다니던 길
혼자서도 가고싶고
세월이 흐를스록
애통한 마음 그지 없다
아무리 글을 쓰도
가슴만 답답하여
붓을 이제 놓습니다
오호 통재[痛哉]며 오호 애재[哀哉]라
부지부음성[不知不音聲]
소리 없이 슬피 우네
1980 년 12 월 26 일
2 주기 小喪을 맞이하여 부군의 영전에 드립니다
